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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지어지는 순간. 한 사람의 이름이 지어지는 순간은 생각보다 대단한 일이다. 별다른 일이 없는 한, 평생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증명하는 일에 쓰이는 이름이지만 정작 나는 내가 먼저였는지 내 이름이 먼저였는지 알지 못한다. 아직도 집에는 막내동생 이름을 짓기 위해 작명소에서 받아온 이름 세 개가 쓰인 꼬깃한 종이가 있다. 나는 가끔 불린 적 없지만 불릴 뻔했던, 그러니까 너가 '대현'이도 될 수 있었고, '승호'도 될 수 있었던 순간에 대해 동생에게 이야기 해준다. 태어날 때부터 '나'였던 동생은 시큰둥하고 정작 혼자서 그 대단한 순간에 대해 감탄한다. 아이참, 네가 너이게 된 순간이란 말이야.. 나는 사진 속 친구들의 이름이 지어지던 순간들을 모두 어렴풋이 기억한다. 작고 꼬물거리는 아기를 더이상 '아기야 아기야'라고 부.. 더보기
글쓰기의 즐거움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3212109225&code=990100 [협업에서 찾은 글쓰기의 즐거움] - 김찬호 성공회대 초빙교수 SNS 시대에 글쓰기는 무엇인가. '좋아요'라는 반응을 독촉하는 자아의 진열이 아니라, 의식과 감성을 서로 향상시키는 집단지성의 즐거운 체험이어야 한다. 독단에 빠지기 쉬운 생각을 점검하고 흐트러지기 일쑤인 마음을 정돈하는 절차탁마의 글쓰기, 그것은 외로운 고행이면서 공동의 놀이일 수 있어야 한다. 더보기
페미니즘의 도전 / 정희진 거의 모든 인간의 고통은 '말' 때문이다. 즉, 지배 규범을 내면화할 때 발생한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주장하고 싶은 이야기는, 남성의 관점으로부터 여성, '나'를 정의하지 말고, 서구(이성애자, 백인, 비장애인, 부자, 서울 사람..)와의 관계로부터 '우리'를 정의하지 말자는 것이다. 나는 나를 포함하여 사람들이 다르게 그래서 즐겁게 살며, 자신을 다양한 존재로 개방해 나가기를 원한다... 나는 페미니즘이 우리 자신을 나날이 새롭게 만드는 매력적인 참고 문헌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_ 머리 말 中 얼마 전 나는 한 신문사에서 주최한 '남성과 가족'이라는 주제의 좌담회에서, 평소 나와 절친하며 여성운동에 우호적이라고 알려진 어느 남성으로부터 '충고'를 받았다. 그는 "페미니즘은 자기 주장을 하기 전에.. 더보기
신춘문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월호에서 '신춘문예의 문화사회학'을 다뤘다. - 신춘문예, 한국적 특수상황이 만든 물건 (김석봉 울산대 교수) - 심사위원이 밝히는 신춘문예 심사기준 (장석주 문학평론가) - 봄을 꿈꾸는 잔혹한 욕망을 읽다 (김혜영 시인) - 그래도 신춘문예는 계속된다 (최현미 문화일보 문화부 차장) * 문인을 배출하는 형태의 신춘문예는 1919년 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1925년 1월 2일 의 '신춘문예'가 공고됐고 에서는 1926년, '신춘문예'라는 명칭이 사용됐다. 초기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신춘문예의 지위는 점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것이 됐다. 무엇보다 전국적 단위의 언론 기관인 신문사에 의해 주도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주관하는 신문사의 경우에도 최소의 비용을 통해 자사의 브랜드 가치.. 더보기
* 한 남자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사망신고를 하러 동사무소에 갔다. - 사망신고 하러 왔습니다. 서류뭉치 사이에서 허덕이고 있던 직원이 남자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 본인이신가요? 남자는 당황했다. - 꼭 본인이 직접 와야되나요? *다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보다 모두들 각자 자기 생각에 빠져 있다는걸 알게 된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당연한 그 일들이 낯설다. 결국엔 그들 마음 같지 않은 사람이 '나'고 제 생각에만 빠져 있는 것도 '나'라는 걸 불현듯 깨닫는 아침은 더 낯설다. 더보기
여행의 목적지 더보기
무서운 사람들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 만지작. 나도 나를 방해 할 수 없는 시각, 새벽 한시 반. 따르릉, 따르릉. 침대에 고대로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 만지작. 당신은 나를 방해해도 된다고 말 할 것인가 고민하게 만드는 시각, 새벽 한시 반. 따르릉, 따르릉. 침대에 모로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 만지작. 방해하는 이가 모르는 이 시각의 의미를 짐짓 나도 모른척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없이 받은 척, 여보세요 받아줘서 고마워. 핸드폰을 만지작 만지작. 나는 사람들이 나를 잘 모를거라고 생각하는 병이 있다는걸 다시 한번 일깨워준 새벽 한시 반. 더보기
내가 생각하는 예술은 앤디 워홀 때문인가, 영악한 작가들은 "돈을 버는 게 예술이고 훌륭한 비즈니스가 최고의 예술"로 여긴다지만 내가 생각하는 예술은 죽음을 다루는 사회의 수준과 나이테 속에 담겨 있다. 임민욱/ 설치미술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