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사망신고를 하러 동사무소에 갔다.
- 사망신고 하러 왔습니다.
서류뭉치 사이에서 허덕이고 있던 직원이 남자를 올려다 보며 말했다.
- 본인이신가요?
남자는 당황했다.
- 꼭 본인이 직접 와야되나요?
*
다 내 마음 같지 않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보다
모두들 각자 자기 생각에 빠져 있다는걸 알게 된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야
당연한 그 일들이 낯설다.
결국엔 그들 마음 같지 않은 사람이 '나'고
제 생각에만 빠져 있는 것도 '나'라는 걸
불현듯 깨닫는 아침은 더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