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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和

부끄러움

부끄러움에 대한 아주 좋은 변명을 발견했다.

신영철 문학평론가가 말하길,
부끄러워졌다는 것은 자신이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의 방증이라고.

나는 얼마나 발전했단 말이냐.

웹 상에서 지난 날 내가 쓴 기사를 발견하고
귀신 보듯 소스라치게 놀랐다. 부끄러워 울고 싶어졌다. 뻔뻔하게 바이라인을 쓰던 때에 비하면 나는 좀 발전한 것인가.

이렇게 오래 만날지 몰랐다며 너스레를 떨던 내 연애가 또 다른 의미의 팔불출 같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자주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은 것은 부끄러운 일이었다. 눈물이 핑 도는 나의 사람,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꿈 속에서 언니는 예쁜 자주색 투피스를 입고
웃고 있었다. 나는 건강하게 일어난 것이 놀랍고 반가워, 달려가 엉엉 울었다. 언니는 괜찮다고 웃었다.
작년 겨울, 베를린에서 보내준 엽서를 꺼내봤다.
"..우린 보다 낮은 곳을 향해,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같아서.." 라고 적혀있다.
언니에게 답장을 보내지 못한게 너무 부끄럽다.
내 한 몸 지키기도 지쳐있어서 ".. 마음이 같아서"에 담긴 언니 마음을 봐주지 못한것이 너무 부끄럽다.

부끄러움에 대한 아주 고마운 변명을 발견했다.
나는 부끄러움을 알만큼 발전해가고 있다고 위로해준다. 너무 늦지 않게 부끄러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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