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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和

라디오

무한도전을 보았다.

문득, 그 라디오 부스가 생각났다.
매일의 시계가 돼 주었던 시그널과
수많은 비방용 연습 소리도 품어주던 녹음실,
마지막 멘트에 맞춰 광고가 나와 주어 짜릿했던 크리스마스 날 아침 생방송이 생각났다.

물론 두꺼운 방음 문은 무심히 돌리면 열리지도 않았고, 전화 녹음이라도 할라치면 가제트 만능팔!이라고 외치고 싶을만큼 뛰어야 했으며, 'ON AIR'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숨 쉬기도 힘들었지만 말이다.

TV에서 보여준 라디오는
삶의 현장에서 친구가 되어 울고 웃어주는 타인의 것이었지만, 나의 라디오는 울고 웃었던 삶의 현장, 나의 것이었다. ( 무한도전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PD,작가,진행자와 함께 그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엔지니어를 숨겨버린 것이다.)

몰랐으면 낭만이었을 라디오가
맛보고나니 추억이 되었다.
낭만을 갈망하지 않아도 되어 기쁘다.
예상치 못했던 축복이다.


무한도전 봤냐고 물어봐준 당신도 2시간짜리 싱숭생숭 하느라 수고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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