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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和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07282206335&code=960206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특집 - 바티칸을 가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 스스로 가난해져야” 교회개혁 최우선

 

그렇다면 교황의 구체적 개혁 메시지는 무엇인가. 그는 교회와 사회 모두에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교회개혁이 먼저다. 자아도취와 권위주의라는 안락함에 빠진 교회에 자신부터 변화시키라고 말한다. 교회 내 유럽 중심주의와 성직자 중심주의를 이토록 심하게 비판한 교황은 아직까지 없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안하는 교회개혁의 방법으로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가난한 교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는 교황의 개혁 표어다. 여기에 ‘성직자들의 가난한 삶’을 덧붙일 수 있다. 교황은 자신의 삶에서 이미 가난을 실천하고 있다. 교회의 위기를 조직보다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성직자보다 신자들에게서 그 원인을 찾는 버릇이 가톨릭교회에 있다. 그러나 지금 가톨릭교회가 부닥친 문제 대부분은 개인보다는 조직에서 생겨났다. 신자보다는 성직자들의 탓이 더 크다. 조직의 문제, 성직자들의 문제가 교회개혁의 핵심이다.

가톨릭교회는 역사상 단 한번도 가난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가난한 교회가 실제로 가능할까. 가톨릭교회에 가장 큰 유혹은 교회 내부에 보수주의를 강화하고 교회 밖에 사회개혁을 촉구하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유혹을 이겨내고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

 

*

 모태 개신교 신자였던 곰식이는 지난  2011년 가톨릭 세례를 받았다. 어느 날 문득, "나 세례 받고 싶어"라고 했을 때, 나는 얼마나 감동했는지..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이끌어주시는 분의 힘을 느끼며 이제 "다 이루었다"를 말할 뻔 했다. 그런데 몇 년이 흐른 뒤, 우리는 과연 같은 신을 믿고 있는 것인지, 우리가 믿는 신은 얼마나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지를 자주 이야기 한다.

 곰식이는 성가에서 은총을 받고, 나는 독서에서 기쁨을 느낀다. 그는 성직자는 신과 인간의 중간자라고 하고, 나는 인간적인, 너무나도 인간적인 대리자라고 한다. 그는 신앙심은 감사히 주어진 것이라고 하고, 나는 노력해서 키워가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는 어떤 모습의 '나'도 사랑받길 원하고, 나는 어떤 모습의 '나'에 대해서 통곡한다. 이것이 각자 모태 신앙의 기원과 얼마나 연관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 어떤 이는 이렇게 말했다. 개신교와 가톨릭의 차이는 1/2 박자 vs. 4/4박자에 있다고.- 분명한 것은 나는 그에 비해 가톨릭 교회에 대해 관대하다는 것이다.

 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교회만을 경험한 나는 그 이전 전통을 고수한 교회 어른들의 모습에 종종 당황했다. (한국 가부장적 교회의 모습인지도 모르지만;) '종종' 당황하면서 '자주' 익숙해졌던 나는 '크게' 당황하면서 '급하게' 실망하는 그의 모습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봉건제 조직으로 무장한 가톨릭교회를 설명해야 할까, 민주주의 세례를 받고 자란 우리 청년 세대의 역할을 역설해야할까.    

 어느 조직이나 그렇듯, 조직 문제의 절반은 개개인의 문제이고, 개인적 문제를 유발하는 절반의 책임은 조직에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기념해 경향신문에 연재되고 있는 김근수 평신도 신학자의 문제제기가 그래서 시원하다. 내가 다니던 여러 본당은 늘 예산에 쪼들린다고 말했지만, 그는 '가톨릭 교회는 역사상 단 한번도 가난한 적이 없었다'고 단언하고, 왜 청년회에는 대학교에 다니지 않거나, 장애인이거나, 어떤 이유로든 소수자가 될 수밖에 없는 친구들은 없는지가 문득 궁금했던 내게 '한국 교회 중산층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는 "가톨릭교회에 가장 큰 유혹은 교회 내부에 보수주의를 강화하고 교회 밖에 사회개혁을 촉구하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유혹을 이겨내고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한국 가톨릭 교회가 가진 문제의 절반은 나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가진 문제의 절반은 나를 키우고 가르쳤던 교회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행보가 두근두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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