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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和

시복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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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가 시복됐다.

시복(beatification)은 교회가 공경하는 인물을 '복자'로 선포하는 것을 말하는데,

복자는 '성인(saint)'의 바로 전 단계로 성인 심사의 대상이 된다.

시복이나 시성을 위해서는 지역 주교가 시복준비조사위원회를 결성해 교황청에 시복 조사를 건의한다.

 고인의 언행, 기적 사례 등을 조사해 교황청 시성성에 보고하고

 교황의 허락이 나오면 조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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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복 조사에서는 보통 두 가지 이상의 기적이 확인되야 하는데

새 교회법에서는 순교자의 경우 순교 사실만 확인되면 기적 심사가 면제된다.

30년 전인 1984년,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은 한국을 방문해  복자였던 103위를 시성했다.

순교자였던 103명의 한국 복자들은 기적 심사가 면제됐다.

바티칸이 아닌 곳에서 시성이 이루어진 것도 처음이었다.

이에 반해 현재 시복이 추진 중인 조선인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 신부는 순교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적어도 두 개의 본질적인 기적 사실이 증명돼야 한다.

현재 교황청에서 까다로운 기적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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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에 추대된 복자를 조사하기 위해 로마 교황청에는

성인이 되어야 한다고 옹호하는 측면에서 조사하는 '하느님의 대변인(God's advocate)'과

성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반대하는 입장에서 조사하는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 이

등장한다. 

각 교구에서 거행되는 사제서품식 전에는 성당 입구에 서품 공시가 붙는다.

"이 사람이 성직에 오르는데 부적합하거나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교회의 선익을 위해 알려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B4크기의 평범한 공고문이지만 어릴 적 나는,

'악마'가 나타나 부제님들을 음해하는 이야기를 소곤소곤 퍼트리는 상상을 하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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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복 심사는 보통 선종 이후 5년이 지나야 시작된다.

그러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05년에 선종했지만 2011년에 시복되었고

마더 데레사 수녀는 1997년에 선종했지만 2003년에 시복됐다.

종양이나 암과 같은 질병을 치유한 기적들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까다롭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시복 심사를 생각할때 이례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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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회자되는 '시복'과 '시성'과 '기적' 같은 단어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하다.

30년 전, 한국을 처음 방문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땅에 입을 맞추고 한국말로 '순교자의 땅, 순교자의 땅'이라고 외쳤다.

우리나라 각 교구에서는

자신의 교구 출신 시복자에 대한 많은 연구와 시복 청원을 위한 기도 등을 바쳐왔다.

아침 신문에서 시복 확정 소식을 듣고서 '함께 산을 오르다 중간에 하산한 자'의 느낌이 들었다

.....면 비약일까.

열심히 노력하신 분들의 면면이 떠오른다. 그 기쁨이 '기적'이다.  

 

 

 

 

* 윤지충 바오로가 순교한 터에 자리한 전주의 전동성당. 

배경은 '한옥마을', 양식은 '로마네스크'

주임 신부님은 미국식 발음으로 '어디서 왔어요?' 묻던 전라도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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