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담和

손석희와 항해사

jtbc 뉴스9에서 세월호 전 항해사 김 모 씨의 인터뷰를 방송했다. 이 인터뷰를 진행한 손석희 앵커는
왜 세월호가 가까운 진도VTS와 연결하는 16번채널을 쓰지않고 제주와 연결하는 12번채널을 썼는지 물었다. 그는 16번 채널은 관계 해경, 항만청, 해수부와 공유하게되는 채널로 문제 발생시 모든 상황이 공개되므로 꺼려져 관행적으로 12번을 사용한다고 증언했다. 이런 사실은 관계 기관에서도 어느정도 알고 있는 관행일 것 이라고 했다.

12번 채널 사용에 관한 의혹은 전에도 보도된 사항이었지만 세월호에서 사고 항로를 운행한 기관사가 직접 증언한것이며 관계기관의 무책임을 명확히 지적한 발언이라 큰 파장이 있을 것이다

인터뷰는 예정시간보다 훨씬 길게 이어진 것으로 보였다. 전 항해사 김 모씨는 거친 사투리를 썼고, 달변이 아니었으며, 핵심보다 서두가 긴, 강조하고 싶은 말을 위해 설명을 장황하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분은 발언 내용을 요약하는 앵커의 말에 몇 차례 '그게 아니라요,'라며 다시 설명했으나 딱히 다른 내용이 아니었으며, 종종 '그건 100퍼센틉니다' 라며 격양되었다.
말미엔 이미 예정보다 길어진 인터뷰 시간 때문에 정리하려는 분위기가 느껴졌는데 그 분은 '앵커님이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 싣고, 2단으로, 차를 몹니다. 좌로 우로 회전을 합니다.' 와 같은 설명을 열심히 하기 시작한다.

(부끄럽게도) 나는 인터뷰에 몰입하다가 이내 답답해졌다. 거친 사투리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고, 말은 가끔 어눌했고, 핵심을 찌르지 못하는 화법이 그랬다. 중요한이야기인건 맞지만 방송에서 계속 듣고 있어야하나 싶어진것이다.

문득 오늘 정몽준 아들이 했다는 '국민이 미개'한데 국가가 어쩌란 말이냐, '대통령이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잘못이다란 취지의 말이 생각났다.
국민은 왜이리 사투리를 많이 쓰고 말이 세련되지 못하느냐, 핵심도 모르고 장황하게 이야기하면 그걸 다 듣고있는게 이상한거 아니냐, 방송시간이 있는데 자기 이야기 더 하겠다는게 맞냐, 그게 아니라며 부정했는데 결국 같은 이야기였다. 아니라고 했던거 책임져라.

방송을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손석희 앵커뿐이었다. 정확한 표준어 구사나 핵심을 찌르는 달변은 기자나 앵커에게 필요한 덕목이지 인터뷰이에게 필요한 것도, 요구할 수 없는 일이다. 맞는 말을 아니라고 했다가 그렇다고도 했다가 오락가락하는것도 마찬가지다. 앵커가 재차 묻고 정리하면 되는것이다.

만약 김 씨의 인터뷰 태도를 가지고 뉴스의 '미개함'과 '그렇지 않음'을 판단한다면 얼마나 웃길까. 그 방송이 혹시 중구난방해져 혼란스럽게 됐다면 그건 앵커의 잘못이지 인터뷰이의 잘못이 아니다. 그에게는 애당초 자신의 발언을 정제하거나 상황을 통제할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 모씨는 재차 마무리하려는 앵커의 말에도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했다. 앵커는 이미 예정보다 인터뷰가 길어졌음을 알리고 더 하실 말씀은 방송 이후에 다시 듣겠으며 보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는 시청자와의 약속인 방송을 명분으로 인터뷰를 자르는 편협함을 보이지도 않았고, 반대의 통제력도 보였다. 어눌한 답변을 미개하다 생각하지 않고 존중하며 들었음은 물론이다. (아무리 그가 손석희라도 27년 경력의 항해사의 항해지식을 어떻게 존중하며 듣지 않을 수 있나.)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단순 전달 진행자가 아닌, 뉴스를 장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앵커이기 때문일 것이다.


소위 이성적이고 미개하지않은 (대체 미개한의 반대말은 뭔가) 모모씨들은 그 미개여부를 어느 기준으로 보고 판단하는것일까. 혹시 방송인이 표준어 구사여부 판단하듯 세상을 자기 기준으로만 판단하는것 아닐까.

그나저나 망친 방송은 앵커 탓인데 대통령은 신이 아니라며 두둔하는 모모씨들은 그의 장악력 부족을 시인하는 셈 아닌가.

아무튼 이 글의 핵심은,
27년 경력의 전 세월호 항해사 김 모씨는 중요한 증언을 통해 사고원인 규명과 재발방지에 도움이 될 큰 역할을 하셨고, 손석희 앵커는 그의 본분을 다했을 뿐이지만 우리는 그를 역시 손석희라며 앞으로도 신뢰할것이며 나는 인터뷰 내용보다 전달태도에 먼저 신경이 쓰이는 '미개함'을 보였다는 것.

'담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치볶음밥  (0) 2014.07.17
.  (0) 2014.06.26
이름이 지어지는 순간.  (0) 2014.03.30
*  (0) 2014.03.12
무서운 사람들  (0) 2014.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