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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정이랑 <잡스>를 보다가
다시 한번 "그대는 나와 어찌 이리 다른 세대인가"를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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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나도 애플2 컴퓨터를 써봤다"고 자랑하셨고
나는 "DOS를 배워봤다"고 자랑했지만
그대는 마우스없는 컴퓨터를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아빠는 집에 전화기가 있으면 부자이던 시대에 살았고
나는 거리에서 큰소리로 핸드폰 유저임을 은근히 자랑하던 때를 기억하지만
그대는 스마트폰이 있는 친구와 스마트폰이 없는 친구를 구분한다.
내가 아는 월드컵은 '한번도 이겨 본 적 없는 축구경기'였지만
그대가 처음 접한 월드컵은 무려 2002년 한일월드컵이라지..
나는 간첩을 <쉬리>에서 배웠고
그대는 간첩을 김수현에게서 배웠으니
나는 <숨바꼭질>같은 도시괴담이 생소하게 무섭지만
그대는 밥먹으면서 끼고보는 <마성터널>에 비하면 고까짓것 '재미없던데...'다.
그대는 송편은 알지만 송편반죽 따위는 모르고
타래과자는 알지만 막 튀겨 부풀어 오른 뜨거운 맛은 모른다.
내가 아는 처녀적 큰고모, 처녀적 작은고모를 그대는 본 적이 없으니
그 북적한 명절날 아침을 모르는 것도 당연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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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나와 어찌 이리 다른 세대인가.
그게 자네 탓은 아닐텐데
가끔 "너는 왜 이리 늦게 태어났느냐"며 깜짝 놀라서 미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