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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2016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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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계절은,여름,가을,겨울이므로 단풍사진은 우선 찍고 봐야한다.

지난주 북한산 산행을 다녀왔지만 내가 붙잡고 싶은 가을은 내 인생에서 풍경처럼 지나가는 시간의 흐름이지 디스플레이되어 있는 시계같은 찰나는 아니었나보다.

 

 

 이른 아침에 효진이가 문자를 보냈다. 

꿈에 언니가 나왔다며 좋은 하루 보내라고 인사를 한다. 아, 효진아....

나는 요즘 효진이가 필요했었다. 사실 수많은 효진이들이 필요했었다. 꿈은 무의식의 발현이라던데 나의 무의식은 효진이에게 가닿아 '항상 언닐 기억해요'라는 위로를 타고 다시 깊고깊은 내 무의식에 도착했다. 세상은 사랑으로 사는 것이었다. 넘나 형이하학적 이야기다.

 

 오늘 회사에서 눈물이 났다.

눈가가 촉촉해지자 요즘 심해진 재채기때문인냥 화장실로 갔다. 우연히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한 기사와 영상을 본 직후였다. 노대통령은 검찰소환을 열흘 앞두고 유시민에게 "정치하지 마소. 지금까지 물을 갈라온 것 같네. 세상을 바꿔보고자 정치를 했는데 다시 제자리네. 정치는 정치아니면 할 것이 없는 사람들이 부디 잘해주길 바라고, 자네는 글도 잘쓰고 말도 잘하니 글쓰고 가르치는 일을 하게. 믿을 것은 젊은이들밖에 없지 않은가. 정치는 사람이 애낳고 먹고사는 지극히 평범한 것들을 모든 국민이 누리게 해주기 위해 그 지극히 평범한 것들을 포기하는 일이네" (대략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눈물이 났다.

 

 특히 '물을 갈라온 것 같다'는 말과 '믿을 것은 젊은이들 밖에 없다'는 말이 그랬다.

하야는 한국전쟁의 폐허가 잔존하는 이승만 정권때나 쓰는 단어라고 생각했는데 회사 바깥에는 끊임없이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시위대의 노래소리가 들렸다. 세상은 평화로, 우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멕시코 국경에 벽을 쌓겠다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게다가 나는 더이상 젊은이가 아니고 알량한 자존심을 어떻게 좀 챙겨볼까, 사기쳐 볼까, 털어볼까 궁리하는 꼰대가 되가고 있지 않나 싶어 눈물이 났다. 내게 대체 희망은 있나 싶어 불쌍한 나를 위해 눈물을 흘렸다.

 

 나는 다시 바닥을 치고 자리로 돌아왔다.

나로 돌아와야겠다고 다짐했다. 결론은.. 희망이고 싶다, 젊은이고 싶다, 그러니까 젊어지고 싶다는 불로!장생!이라는 욕망을 확인한 하루였다.

 

오늘 뭔가를 시작할 것이다. 물이라도 가르고 가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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