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장

2016.6.20

일주일 간 독한 감기를 앓고 나니
매번 먹던 광화문 뒷골목 된장찌개도 맛있을만큼 입맛이 돌고,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을 하고,
시시콜콜한 카톡수다를 떨 힘이 생긴다.

내 에너지가 다 한 것 같은 두려움을 맛보았더니
이 작은 힘이 감사하다.

꼬께가 딸을 낳았다.
엄마아빠 홀로그램같은 딸이다. 그녀는 김씨 성을 가진 딸 이름을 고민 중이다. 우리가  20년전, 노트 한가득 채우며 고민했던 이름들은 대체 무슨 소용인가.

신부님께 밑도 끝도 없이 "제가 참 재미없는 사람이죠, 이제 모르면 모른다고 신부님께 매달리려구요" 문자를 보냈고, 신부님은 또 밑도 끝도 없이 " 제주아일랜드 도착해 연락하마"하셨다. 우선 한 발자국 내딛은 내가 기특하다.

에딧에게 은영언니 이야기를 해주었고,
뽀나에게 삼계탕 노래를 불렀다.
"나도 언니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야할텐데요"라는 말이 너무 고맙다. 이미 나에게 '그런 존재'인 사람들.

이런 '다음 다이얼로그를 고민하지 않는' 수다들은
쑤가 가르쳐준 사랑스러움. 나는 나이를 (조금) 먹었어도 남에게서 배울 줄 아는 사람.

꿈에서, 알 수 없는, 일기인지 편지인지 반성문인지를 길게 썼다. 관통하는 주제는 없었지만 까만 펜으로 종이에 속죄하듯이 썼다. 지금처럼.

이 두서없는 그적임이 보속은 아니겠으나 씻김의 시작은 되주는 것 같다.

곧, 그에게 전화를 걸면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말을 들을 수 있다.

"응,세은아.."


*
셰익스피어가 (나에게 ) 말했다.

나는 호두껍질 속에 갇혀 있으면서도
나 자신을 무한한 공간의 제왕으로
여길 수 있네.

'일기장 '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61109  (0) 2016.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