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착한' 딸을 위한 책이 아니라 '착하다'라는 부모의 평가에 갇혀
의존적이 되어가는 딸들 (아들들, 남자친구들, 여자친구들, 부하들, 제자들)을 위한 책.
그래서 사실, 표지에 씌여있는 <엄마, 왜 항상 나만 양보해야 돼?>는
마치 큰아들 공부시키기 위해 대학에 가지 못했던 우리네 언니들을 대변하는 말 같아보여
읽고 뽑았을까, 안 읽고 뽑았을까 궁금하게 만든다.
이 책은 다른 내 저서들과 마찬가지로 독서치료(bibliotheraphy)의 일환이다. 심리 치료의 첫걸음은 언제나 자신의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이다. 환자가 자기 문제의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_P.231
독서치료란, 한마디로 '책을 통해 마음의 병을 고치는' 심리 치료 방법으로 문학작품과 동화가 많이 이용된다. 의존성장애를 앓는 '착한 딸'들에게는 그림형제의 <거위치는 소녀>를.
독서치료! 결론부터 말하자면................. 효과가 좋다.
왕비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지시하고 명령하는 어머니다. 늘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함으로써 자식을 손아귀에서 꼼짝도 못하게 만드는 독재자인 것이다. 내용만 보면 아주 부드럽고 온유한 말이지만 그 말을 내뱉는 어머니의 말투는 사뭇 다르다. 어머니는 절망적인 표정을 지으며 하숨을 내쉬고 말이 없어진다. 딸은 어머니의 진짜 심정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고민하고 추측하고 머리를 쥐어짜아 한다. 그러니 이런 식의 말이 매질보다 오히려 더 자식을 힘들게 만든다. 권위가 은폐된 채 행사되기에 게임의 규칙이 불분명하다. 딸은 불안과 두려움에 떨며 괴로워한다. 그리고 어머니의 마음을 읽어내기 위해, 어머니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를 쓸 것이다. _P37
어머니는 최선을 다하는 온화한 사람으로 남고, 어미니 자신도 그렇게 평가한다. 하지만 딸은 어머니의 뜻을 따르지 못한다는 죄의식에 시달린다. 그로인해 딸의 감정은 억압된다. 감옥에 갇힌 건 아니라 해도 딸은 눈에 보이지 않는 노끈에 묶여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이런 상황이 위험한 이유는 무엇보다 은폐된 권위는 저항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식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감에 빠져든다. 표적이 되어야 할 사람에게 가닿지 못하는 분노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엉뚱하게 자신을 향하게 되는 것이다. _P.38
인격의 성장은 자신의 창의성과 독립적 활동의 의지를 될 수 있는 한 활짝 펼칠 때에만 가능하다. 응석받이들이 우울하고 의존적인 성격이 되기 쉬운 이유는 이처럼 자립심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거의 경험으로 미루어 만족은 항상 타인이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켜줄 때에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자식들에게 좌절의 경험을 면제시켜 주려는 부모들은 그들의 건강한 발전을 방해한다._P.53
그림자 인격이란 한 인간의 어두운 측면을 말한다. 보고 싶어하지 않거나 볼 수 없지만 그림자처럼 그 사람을 따라다니는 인격이다. 거위 치는 소녀는 원하든 원치 않든 어머니의 일부를 자기 안에 담고 있다. 어머니에게서 발견되는 많은 것들이 거위치는 소녀의 그림자 인격을 구성하는 요인인 것이다. _P.68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인간관계나 직장 생활에서 얻은 좋은 경험들을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내면의 그릇'이 있다. 그래서 실패나 좌절의 시기에 그 저장된 것을 꺼내 내면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그릇이 없거나 구멍이 숭숭한 내면을 가진 나르시시스트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그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칭찬과 인정을 받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투자해야만 한다. _P.74
거위치는 소녀는 어머니의 감정이 자신의 감정보다 중요하다는 경험을 했다. 어머니는 딸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힘주어 주장하지만 그런 주장 뒤편엔 어머니의 이기적인 욕망이 숨어 있다. 거위치는 소녀의 역할에 빠져든 사람들은 일찍부터 자신을 부인하고 타인의 욕구를 앞세우도록 길이 들었다. 거위치는 소녀의 생각은 의존적이다. _P88
우리의 거위치는 소녀가 왕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자신의 정체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이유 역시 이것 때문이다. 비난과 두려움에 대처하는 거위 치는 소녀의 또 다른 방법은 완벽주의이다. 어떤 실수도 용납하지 않으면,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붓는 다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거야. _P.93
의존성 인격 장애 환자들의 마음속엔 늘 깊은 절망이 자리하고 있다. 주어진 역할을 다하고 있을 뿐 그 이상이 아니다. 맡은 임무를 수행하기는 하지만 소명 의식이 없다보니 즐겁지도 신이 나지도 않는다. _P.117
사람들은 실패할 때 열등감을 느끼지만 이상하게 성공할 때에도 열등감을 느낀다. 성공을 하면 간접적인 열등감, 다시 말해 성공을 즐길 수 없다는 열등감 때문에 괴롭다. 왜 즐기지 못하는 걸까? 다른 사람이 자신의 성공을 시기할지도 몰라 겁이 나기 때문이고, 성공을 했는데도 예상 밖으로 열등감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아있는 열등감은 더 혹독한 노력을 요구한다. _P.136
에리히 프롬은 독립적 삶을 위해서는 용기와 믿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존적 상태를 벗어나자면 용기가 필요하다. 과거의 관계를 떠난다는 의미이고, 이는 두려움을 동반하는 과정이다. 매일매일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며 진실을, 자신의 진실을 말해야 하며, 인간은 많은 점에서 비슷하지만 또 많은 점에서 타인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믿어야 한다. _P.199
본래의 네가 되어라! 부모는 자식에게 두 가지를 물려준다. 그 두가지는 뿌리와 날개이다.
- 요한 볼프강 폰 괴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