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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畵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 여기에 - "그도 사람이었다">

http://www.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430

 

영화는 깨알같이 가톨릭의 고리타분함을 공격하여 웃게 만든다. 오세아니아에서 온 추기경이 달랑 세 명이라 팀이 구성되지 않자, “그러게 신자 수 늘리도록 잘 좀 하지 그랬어요”라는 식의 대사나, 정신분석학자가 별거 중인 아내가 보고 싶다고 울먹이자 “사랑이 중요한 거지”라고 말하는 한 추기경에게 다른 추기경이 “당신이 사랑에 대해 뭘 알아요”라고 하는 식의 농담은 배꼽을 잡게 만든다. 웃기기만 한 게 아니다. 우울증에 빠진 안타까운 노인 멜빌의 맑은 눈동자는 사제로서 그가 얼마나 인내하며 살아왔는지 보여주며, 무거운 짐을 홀로 짊어진 교황에게 미안해하고 최약체 팀을 응원하는 추기경들의 순수함은 가슴 뭉클하게 한다.

‘아무도 교황이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않았던 대담한 설정으로 영화를 시작하여 영화가 끝날 때까지 감독은 용기를 발휘한다. 방황하던 교황은 발코니에 서서 ‘킹스 스피치’를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까. “지금 이 교회는 변화를 필요로 하고, 교황은 십억 명의 신자와 함께 변화를 주도할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연설은 제대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민주주의자 난니 모레티는 끝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가톨릭을 정신적 토대로 삼는 누군가에게는 불경스러운 영화일 수도, 충격적인 영화일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가톨릭의 폐부를 찌르기에는 예봉이 무디며 용기가 부족했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영화는 수천 년 이어진 교황 제도, 가톨릭교회의 아이콘으로 신화화되어 버린 이 제도가 인간이 수행하기에 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 속 너무도 인간적인 교황 캐릭터를 놓고 이러한 질문을 던져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정치적인 영화다

 

우리에게도 교황이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무신론자도 자신의 양심을 따르면 신은 자비를 베풀 것"이라고 하거나

"동성애자에게도 자비를" 베풀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세계를 병들게 하는 가장 심각한 죄악으로 청년실업과 노인들의 고독을 꼽았다.

세속주의를 사회의 거악으로 지목했던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다른 모습이다.

교황님의 한마디가 이렇게 '역사적 언급'으로 들릴때가 있었던가.

(2차 바티칸 공의회가 열릴 때는 내가 아직 안 태어났으니까)

난 평생에 이렇게 '역사적 언급'을 쏟아내는 교황을 본 적이 없다.

 

이 영화는 베네딕트 교황 재임 때 만들어진 영화인데,

"나 교황하기 싫어요" 라는 대사가 나오고,

시스티나 성당 앞 광장에는 아르헨티나 국기가 나부낀다.

게다가 멜빌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소는 닮아있다.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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