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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話

대중의 반역(La rebelion de las masas) / 오르세가 이 가세트

이 책은 어디를 가나 군중들로 가득 착 있다는 얘기로 시작한다. 대중의 출현이다. 여기서 대중은 특별한 자질이 없는 사람들의 집합체이다. 다라서 그들을 '노동대중'으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 대중은 '평균인'이다. 그런데 이런 대중은 이전부터 있었다. 다만 20세기가 직면한 새로운 사실은 이런 대중이 역사무대에 출현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지배하려든다는 것이다. 이른바 대중의 반역이다. P.10

 

인간을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분류한다면, 틀림없이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자신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 스스로 어려움과 부담을 누적시키는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에게 아무런 부담도 지우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산다는 것이 매순간 물결을 따라 표류하는 부표 같은 것이어서, 그들은 완전해지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는다. P.21

 

오늘날 우리는 과대민주주의를 목격하고 있다. 여기서 대중은 법을 따르지 않고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 물리적 압력을 행사하면서 자신들의 열망과 욕망을 실현시키다. 그러나 이 새로운 상황을 마치 대중이 정치에 권태를 느껴서 전문가의손에 넘기는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다. 사실은그와 정반대이다. 그런 것은 과거에 존재했고 그것이 자유민주주의였다. 예전에 대중은 소수의 정치인들이 결함과 약점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공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자신들보다 좀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대중은 찻집에서 논의되는 화제들에 법의 힘을 실어줄 권리가 자신들에게 있다고 생각핞다. 우리 시대만큼 군중이 직접적으로 지배하는 시대가 역사상 언제 있었을까 의심스럽다. 그래서 과대민주주의라고 말하는 것이다. P.24

 

대중이 어리석다고 말하는 것잉 아니다. 그와 반대로 현대의 대중은 매우 영리하며 다른 어떤 시대의 대중보다 더 많은 지적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런 능력이 그에게는 아무 쓸모가 없다. 지적 능력을 소유하고 있다는 막연한 생각이 스스로를 폐쇄시켜서 그것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뿐이다. 대중은 항상 자신의 머리 속에 가득 쌓인 상투어와 편견, 지엽적인 생각이나 실속 없는 말을 소중히 간직하고 그것들을 천진난만하다고 밖에 볼 수 없을 정도로 대담하게 아무데나 들이 댄다. 대중이 자신을 평범하지 않고 탁월하다고 생각한다는게 아니라 평범함의 권리 혹은 권리로서의 평범함을 선언하고 강요한다는 것이다. P.98

 

대중의 심리구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점을 발견할 수 있다. (1) 선천적이고 근본적으로 삶이란 수월하고 풍요로우며 비극적 제한이 없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따라서 평균인은 그 내면에 짖배의식과 승리감을 갖고 있다. (2) 이런 지배의식과 승리감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게 해주고 그의 도덕적 지적 자산을 완벽하고 훌륭한 것처럼 여기게 만든다. 이런 자기만족이 외부의 견해 일체를 거부하게 하고 귀기울이지 않게 하며 자신의 의견은 의문시하지 않은 채 다른 의견을 무시하게 만든다. 그 내면에 있는 지배의식은 끊임없이 그를 부추겨 지배력을 행사하게 한다. 그리하여 세상에는 마치 자신과 자신의 동료만 존재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3) 그 결과 신중함과 심사숙고, 절차나 유보도 없이 '직접행동' 체계에 따라 매사에 개입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킨다.... 이 글은 승리에 도취한 인간에 대한 최초의 공격 시도이자 그의 압제 욕구에 소수 유럽인들이 강한 반격을 가할 것이라는 예고에 불과하다. P. 134

 

'철부지 주의'가 보여주는 가장 명백하고 대규모적인 현상 가운데 하나는 일부 국가들이 국제사회 속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순진하게도 '민족주의'라고 불리고 있다. P. 140

 

한 집시가 고해를 하러 갔는데 용의주도한 신부가 그에게 하나님의 법인 십계명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 말에 집시는 "그런데오, 신부님, 제가 그걸 배우려고 했습니다만 폐지될 거라는 소문을 들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것이 현재의 세계 정세가 아닌가? 이제 유럽의 계명이 지배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독오 있다. ....그러나 지금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건강하지 못한 기이한 것이다. 다른 계명이 등장하지 않았는데도 유럽의 계명이 효력을 상실해버렸다. P.187

 

이기주의는 미로와 같다. 이해할만하다. 삶이란 뭔가를 향해 질주하는 것이며 목표를 향해 길을 가는 것이다. 목표는 내 길도 아니고 내 삶도 아니다. 그것은 내 삶을 제공해주는, 따라서 내 삶 밖의 저 멀리에 있는 그 무엇이다. 내가 이기적으로 내 삶의 내부에서만 걷기로 한다면 나는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고 그 어느 곳에도 이르지 못한다. 이것이 아무 곳으로도 인도하지 않는, 그 내부를 거닐다가 길을 잃게 만드는 미로다. P.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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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의아했다. "무책임한 대중들이여, 지배하려들지 말고,  지배자를 존중하고 복종하라"고 말하는 듯한 주장이. 그 다음엔 뜨끔했다. "근거없이 주장하고, 그 권리가 당연하게 주어진 것처럼 생각하는 응석받이"가 내 모습 같아서.그리고 결국에는 "나는 과연 '대중'으로 남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됐다.

오르테가 이 가세트가 대중들의 반역이 언젠가 공격받을것이라고 했던 1930년대.

스페인 젊은이들은 이 철학자를 몹시 사랑했다고 한다. 그 사랑은 어떤 지점에서 시작됐을까.

궁금하고, 뜨끔하게 하고, 고민하게 하는 과정 중 어느 지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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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판적으로  읽을 부분은 더 많다. (역자는 이 책이 많은 오해를 받고 있다고 했다)

올해 초 읽은 어느 칼럼에서 "대중의 태평함은 언제나 옳다"라고 했다.  나는 이상하게도 이 말이 마음에 들어 밑도끝도 없이 포스트잇에 써서 책상 앞에 붙여 놓았다. 이 책은 대중의 태평함을 인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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