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11.16 [손홍규의 로그인]
늦은 오후 아직은 해가 식지 않은 시각, 하늘에 낮달이 떴다. 달은 언제나 하늘 어딘가에 있었겠지만 낮에 만나는 달은 경이롭다. 낮달이라니. 시력이 무척 좋다는 대평원 지역의 사람들이나 태평양 제도의 어느 섬사람들이라면 몰라도 나와 같은 이들에게 낮달을 보는 일이란 어느 정도 낯설고 신기한 일임에 틀림없다. 낮달을 볼 때마다 필연적인 연관성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정현종 시인의 시를 떠올리게 된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섬) 아마도 이 시를 아는 분들이라면 섬의 정체를 심사숙고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섬은 바다에 있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 있으므로 보통의 섬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섬이므로 또한 섬이 아닐 수가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긍정과 부정의 달음박질 끝에 달이 저처럼 하늘에 박힌 게 아니라 달이 있는 저 자리는 하나의 구멍이어서 하늘 뒤편의, 하늘보다 광대한 어떤 공간이 살짝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생겨난다. 행성의 운행을 정확히 몰라도, 달과 별이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지 몰라도 낮달을 보는 순간 우주의 신비를 엿본 듯한 기분이 들고 바로 거기에서 시를 보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무엇이 있는지 몰라도 그것을 섬이라 부를 수 있다면 우리가 난바다에 뜬 섬을 찾아갈 수 있듯 언젠가는 그곳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사방이 어두워지고 해가 이울면 낮달은 창백했던 빛을 잃고 좀 더 뚜렷하고 확실한 빛을 얻는다. 강렬한 대낮의 빛에서는 존재가 희미했던 달이 어둠이 찾아들자 비로소 환히 빛난다. 낮달이 신산스러운 삶을 견디는 평범한 사람들의 은유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나는 거기에서 찾는다.
*
사방이 어두워지고 해가 이울면 창백했던 빛을 잃고 좀 더 뚜렷하고 확실한 빛을 얻는 낮달. 내가 기다리는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무서운지 아직 손 잡아 본적 없는 저 섬에 사는 사람들과.
늦은 오후 아직은 해가 식지 않은 시각, 하늘에 낮달이 떴다. 달은 언제나 하늘 어딘가에 있었겠지만 낮에 만나는 달은 경이롭다. 낮달이라니. 시력이 무척 좋다는 대평원 지역의 사람들이나 태평양 제도의 어느 섬사람들이라면 몰라도 나와 같은 이들에게 낮달을 보는 일이란 어느 정도 낯설고 신기한 일임에 틀림없다. 낮달을 볼 때마다 필연적인 연관성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정현종 시인의 시를 떠올리게 된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섬) 아마도 이 시를 아는 분들이라면 섬의 정체를 심사숙고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섬은 바다에 있지 않고 사람들 사이에 있으므로 보통의 섬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섬이므로 또한 섬이 아닐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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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어두워지고 해가 이울면 창백했던 빛을 잃고 좀 더 뚜렷하고 확실한 빛을 얻는 낮달. 내가 기다리는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무서운지 아직 손 잡아 본적 없는 저 섬에 사는 사람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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