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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化

거짓 행동 (false activiy)

 

...

그렇다면 지젝이 왜 사민주의를 비판하는지가 명확해진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자본주의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관점의 차이일 것이다. 지젝이 보는 자본주의의 미래가 파국으로 향하는 묵시론적인 것에 비해, 사민주의자들의 전망은 훨씬 더 온건하다.

 그들은 현재의 위기( 전 지구적 금융위기, 공적 공간의 사유화, 의료/교육/문화 등 공공 서비스의 축소, 정치 세력의 권위주의적 기능 강화, 지구 생태계의 위기)를 단지 재분배의 문제에 따른 빈곤의 문제로 축소하고 이를 해결함으로써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자본주의의 위기 자체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인 주장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물론 자본주의는 기회주의적 체제이며, 현재의 전 지구적 위기 속에서도 쉽게 붕괴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파국을 막기 위해서 행하는 이런저런 보완책들은 위기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잠깐 유예하는 데 불과하다.

 지젝은 이를 거짓행동 (false activity)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거짓 행동이란 변화하지 않기 위해 무엇인가를 바꾸는 행동을 의미한다. 즉 자본주의에서 행해지는 이런저런 개혁들은 결국 모두가 자본주의를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한, 그러므로 근본적인 변화를 막기 위한 , 그러므로 근본적인 변화를 막기 위한 시도인 셈이다. 지젝이 요구하는 것은 이러한 거짓 행동의 중지이다. 자본주의는 더 이상 고쳐 쓸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근본 입장이 여기서 드러난다. 지젝은 오히려 자본주의의 위기를 심화시키기를 요구한다. (지젝이 결국 다다르게 되는 이러한 태도는 분명 비판의 여지가 다분하다)

 

 

Le Monde diplomatique 3월호

<지젝의 '공산주의'는 과연 공허한가 - 김동국 추계예술대 강사> 中 

 

*

지젝은 '그래서' 정말 무엇인가를 해야 할 순간을 뒤로 늦추기 위해 친환경 제품을 구입하고,

재활용하고,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며, 1% 기부운동에 동참하고,

(겨우) 영아 모자를 뜨개질하고 있다고 냉소한다.

 

(얻어들은 바로는)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를 쓴 존 그레이도 비슷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성적 존재인) 인간에 대한 냉소를 담고 있는 그 책의 결론이 "인간들이여, 벼랑 끝에서 다들 자살이라도 해야하지 않겠느냐" 일 줄 알았는데, 그것은 아니었더라는.

 

*

사민주의가 단순한 복지제도만이 아니라 다양한 생산적 고용정책이나 산업고도화 정책을 통해 현재의 자본주의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주장은 일견 타당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럽의 거의 모든 곳에서 '현실적으로' 사민주의는 실패하고 있지 않은가. ...사민주의가 말하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이라는 것은 결국 기존의 사고방식과 사회적 제도를 위협하지 않는 수준에서 행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산주의가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의 실현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의 시스템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하는 것이며, 그를 통해 현재 자본주의가 처한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는 데 있다. 그를 위해서 우리는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급하게 개혁하는 것이 아니라 이 파국적 현실을 정확한 개념을 통해 포착해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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