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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花

[Three L] 열품타 "나 열품타 시작했어" "열품타가 뭐야? ...열나게 해도 품삯도 안 나오고 현타 온다?" 우리 고 과장님은 작년 통계 기준으로 70만 명에 달하는 취업준비생들의 세계를 모른다. 너도 한 때 출첵 스터디, 밥터디, NCS스터디해보지 않았냐며 언컨택트 시대 청춘들의 자화상을 읊어주려다가 말았다. 나는 아직도 공부를 하고 있구나, 라는 (그야말로) 현타가 왔기 때문이고 나 역시 많은 동기들이 열품타 열풍을 열나게 이야기할 때 내심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여타 타이머 어플은 많았지만 가장 많이들 쓴다는 '열품타'를 시작하게 된 건 내년 곰식이의 발령지에 따라 타지에서 혼자 공부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는 '혼자' 공부해야 하는 것을 내심 무서워하고 있었다. 가장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 더보기
[Three L] 애도 - 루이스 글릭 애도 - 루이스 글릭 당신이 갑자기 죽은 후 그동안 전혀 의견 일치가 되지 않던 친구들이 당신의 사람됨에 대해 동의한다. 실내에 모인 가수들이 예행연습을 하듯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당신은 공정하고 친절했으며, 운 좋은 삶을 살았다고 박자나 화음은 맞지 않지만, 그들은 연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진실하다 다행히 당신은 죽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공포에 사로잡힐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조문객들이 눈물을 닦으며 줄지어 나가기 시작하면, 왜냐하면 그런 날에는 전통의식에 갇혀 있다가 밖으로 나오면 9월의 늦은 오후인데도 햇빛이 놀랍도록 눈부시기 때문에, 사람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는 그때 당신은 갑자기 고통스러울 만큼 격렬한 질투를 느낄 것이다. 살아있는 당신의 친구들은 서로 포옹.. 더보기
[Three L] One L : table of contents [One L : The Turbulent True Story of a First Year at Harvard Law school] Preface Registration : Meeting my enemy September and October : Learning to love the law October and November : Disgrace December and January : Exam(First Act) February and March : Getting by April and May : Exam(Last Act) Epilogue After word # 휴학 승인 문자가 왔다. 오늘은 목차를 써 볼 것이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개괄하고 내가 가야 할 지도를 찬찬히 살펴보는 일. 더보기
[Three L] 휴학 휴학 신청을 했다. 지난 2년 반, 호랑이 등에 올라타면 멈출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몇 달간 휴학해야겠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떠나지 않았다. 덤덤하게 우선 호랑이 등에서 내려왔다. 멀미가 조금 가셨다.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홈페이지 화면만 새로고침하던 시간이 길었다. 결국, 자정이 다 되어서야 내년 2월까지의 대략적인 계획을 세우고 버튼을 눌렀다. 일반휴학 -> 사유: 개인적 사정 -> 복학예정일 : 2021.8.26 그리고 또 한참이나 교수님들께 메일을 드렸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OOO입니다. 제가 이번에 휴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블라블라. 헌법 교수님께는 휴학 후에라도 개인강평을 부탁하는 글도 쓰느라 한참 걸렸다. 아침에 민사소송법 교수님께서 답메일을 보내주셨다. "OOO씨, 휴학이 어려운 결.. 더보기
[Three L] 코로나19와 함께 로스쿨에서 5번째 학기를 시작했다. 책상에 앉아서 시험을 보고 답안지를 스캔해 교수님께 메일로 보냈고 교수님들은 출력 후 채점하시고 다시 스캔해 메일로 보내주셨다. 나는 모든 문제를 '어렴풋이' 풀었다. 그 와중에 책을 보며 쓰기도 했다. 샘플 답안지로 뽑혀 학생들에게 보이기도 했다. 글씨가 바르고 무난하게 잘 쓴 답이라고들 하셨다. 나는 후자에 방점을 찍고 뿌듯할 때도 있었지만, 사실 방점은 전자에 있었다. 그것은 말그대로 샘플로써의 가치가 있었을 뿐 내 실력에는 아무런 피드백이 되지 못했다. 내가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든 부작용만 쌓여갔다. 말하기 부끄러운 착각이었다. 나는 아무런 실력 향상 없이 한 학기를 보냈다. 수 년동안 여러 학생들을 상담해보신 교수님은 나의 상태를 잘 알.. 더보기